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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삼호어묵 글모음

단편소설 - 2021년 7월의 어느 날

by 혀ni 202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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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한국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한 공포의 바이러스, 코로나 - 19.

그러나 옛말에 열흘 붉은 바이러스 없다고 했던가?

2020년 연말에 드디어 백신 개발이 완료되어

영국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백신을 맞기 시작하였다.

접종 시작 후 6개월,

가장 먼저 접종을 시작한 영국과 미국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극복을 선언하였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국민을 상대로 접종을 마쳤거나 혹은 접종 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린 것도 잠시...

서서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영국의 90세 할머니였다.

어느 날 아침 할머니는 갑자기 눈이 시뻘겋게 변해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돌봐주는 간호사를 공격하여 목을 물어뜯었다

다행히 할머니는 이가 없어 잇몸으로 물어뜯었기에

간호사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 이후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감염자들은 눈이 시뻘겋게 변하고 이성과 언어를 잃었으며

닥치는대로 아무나 공격해서 물어뜯어 살과 피를 탐했다.

그렇다.

바로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보아온 그것,

'좀비'였다...

백신을 먼저 맞은 국가부터 부작용이 진행되었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던 영국과

세계 최고 강대국인 미국은 끝까지 좀비떼에 저항했으나

전국민이 접종 완료가 된 상황에서는 결국 답이 없었다

방금까지 총을 들고 좀비와 싸우던 군인이

갑자기 눈이 시뻘게져 동료의 모가지를 물어뜯는 형국이었다.

결국 두 나라는 나란히 역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그나마 접종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나라들은 아직 희망이 있었다.

부작용이 시작되기 전에 백신 접종자들을 격리수용한 나라도 있었고

격리수용할 수 없었던 나라는 희생을 선택하였다

아직 멀쩡한 사람들을 살처분하듯 희생시켜야 하는 비극...

이미 멸망한 나라가 차라리 부러울 지경이었다

세계가 말 그대로 지옥의 불구덩이와 같은 가운데

이 와중에 세계 유일 좀비 청정 구역이 있었으니

(아마존의 몇몇 원시부족을 제외하면)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다른 나라들,

심지어 북한까지도 UN의 인도적 지원으로

접종을 마치거나 진행중인 와중에

한국은 여태 단 한 명도 백신을 맞은 자가 없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잽싸게 문호를 걸어잠그고

봉쇄 태세에 들어갔다.

덕분에 한국인들은 (비록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는 썼지만)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없이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부산행과 킹덤 같은 좀비대작의 나라인 한국이

전세계 유일의 좀비 청정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집권여당의 귀신같은 판단력 덕분이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토착왜/구 매/국 세력들은

'정부가 무능해서 백신 확보를 못했다'고 달달볶아댔으나

현명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은

'다른 나라 부작용 나는 거 보고 맞아야 한다'며

꿋꿋하게 다른 나라 다 맞을 때까지도

단 한 병의 백신도 '안' 사고 있었던 것이다...!

좀비를 피해 꼼짝없이 집안에 고립된 외국인들은

유튜브로 평온한 한국인들의 일상을 구경하며

'한국인이 부럽다'

'우리에게도 문재인이 있었더라면'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주모는 자리에 앉아볼 날이 없었고

바야흐로 국뽕이 치사량에 이르를 지경이었다...

아아 코리아 넘버 원...

k- 방역 포레버...

영식이가 감격에 젖어 속으로 외친 그 순간...

갑자기 머리통에서 불이 번쩍 났다.

눈을 떠 보니 마스크 쓴 엄마가 주먹을 쥔 채 노려보고 있었다.

"조용히 못 해?"

영식이는 아픈 대가리를 문지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어, 엄마... 제가 잠깐 졸았나 봐요."

"잠꼬대를 해도 좀비 타령은...

이놈아 그러게 게임 좀 작작 하라고 했지?"

영식이는 억울한 나머지 그만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요 엄마 게임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쉿, 조용히 하라니까!

그렇지 않아도 눈치 보여 죽겠는데!"

같은 비행기에 탄 외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영식은 얼른 좌석 뒤로 숨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인은 태워주는 비행기가 몇 개 안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적기는 아예 모든 국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어찌어찌 외항사 비행기 표를 어렵게 구해 타기는 탔으나

다른 승객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아서

아까 기내식을 먹을때 영식은 일부러 소리높여

'치킨 필라프 구다사이'라고 말하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영식이와 엄마의 주위에는

둥그렇게 사회적 거리두기하듯 빈자리가 생겼다

다른 승객들이 승무원에게 항의하여 자리를 옮긴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힘들게 엄마와 함께 비행기를 탄 것은

영국 사시는 외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때문이었다.

사실 태어나서 얼굴 몇 번 못 본 할머니한테는 큰 관심이 없고

영식이의 관심은 따로 있었다.

요즘 K-팝의 유행으로 외국 아가씨들이 그렇게 한국인을 동경한다던데...

한국남자랑 사귀는 게 꿈이라던데....

금발에 파란 눈의 소녀와의 로맨스를 꿈꾸며

영식이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엄마를 따라나선 것이다...

눈칫밥을 먹으며 비행 끝에 겨우 목적지인 히드로공항에 내렸으나

이게 웬 날벼락인가.

그만 영식이 모자는 입국심사에서 철퇴를 맞고 말았다.

"한국인과 아마존의 조에족, 봉가봉가족은 백신 미접종으로 입국이 불가합니다."

청천벽력이었다.

영식이는 잘 안 되는 영어로 항의해 보았다.

"네? 입국해서 자가격리 2주 하면 된다고 했는데요?"

"그건 어제까지고요.

당국에서 오늘 새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네? 새 지침이요?"

"여태 한국은 확진자가 하루 천 명이 넘는다면서요?

우리는 이미 전국민 접종 완료하고 코로나 종식됐는데

다시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입니다."

억울한 영식이는 매달려 보았다.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입국심사관은 되레 호통을 쳤다.

"이것 봐요,

한국인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가 몇 개나 된다고

우리한테만 난리요?"

싸늘하게 내뱉고 상대는 더 말하기도 싫다는 듯

영식이의 여권에 거절 도장을 쾅 찍었다.

"당장 당신 나라로 돌아가요!"

영식이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닌데, 내가 이런 취급을 받을 리가 없는데?

대한민국은 세계가 동경하고 선망하는 나라인데?

영식이는 다급한 마음에

옆줄에 서 있던 같은 비행기로 온 외국인 소녀를 향해

"두유노 방탄소년단?"을 외쳐보았으나

상대는 벌레라도 본 듯

"꺅!" 하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 뿐이었다....


[출처] 단편소설 - 2021년 7월의 어느 날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삼호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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