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그가 딱히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혹자는 굳이 이 시국에, 라고 비난을 하지만
미술 전시회야 뭐 식당도 아닌데
그냥 마스크 쓰고 서로 거리 지키며 눈으로 보면 되는 것 아닌가
물론 '대통령 아들' 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타의 모범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을 바가 있겠으나
그분이야 대통령 자식으로서 당하는 불이익(?????)에
평소 분개하는 분이란 걸 알고 있으니
그런 처신까지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
정작 내가 경악한 것은 전시회를 연다는 사실 자체가 아닌
그가 sns에 올린 글줄이다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로 시작하는 글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잃었다
도대체 몇 살인데 글을 이런 식으로밖에 못 쓸까
찾아보니 놀랍게도 나와 정확히 같은 나이 또래다
단언컨대 대통령 직계 가족으로서는 물론
이제 사십줄에 들어서는 이로서도 쓸 만한 글이 아니다
내가 만약 대통령 딸이고 당신의 입장이라면 이렇게 썼을 것이다.
[저로 인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어서 무척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사실상 대통령 자녀라 해서 어디서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저 역시 제 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저 역시 경제적으로 무척 곤란한 입장이어서
이 지원금을 내가 받아도 되는가 라는 한자락 망설임이 없지 않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자는 짧은 생각에 눈 딱 감고 신청한 것이
그만 큰 물의를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이제 와서 늦었지만 제 생각의 짧음을 반성합니다.
응당 저보다 더욱더 어려웠을 업계 동료들에게 돌아갔어야 합니다.
이미 받은 지원금은 저보다 더 어려운 동료에게 돌아갈 수 있게 반납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더욱더 자중하며 제 일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래도 모자랄 것을
다짜고짜 글머리가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란다
내용을 읽어보니 본인은 굉장히 억울한 모양이다
말인즉슨 부정수급을 한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신청해서 정당하게 심사받고
정당하게 선정된 건데 뭐가 문제냐 이 얘긴 것 같다
아니
착각하고 있는 것은 본인이다
회장님 친손자분이 입사를 해도
상사들이 다 인사고과 심사해서 진급시킨다
근데 그 심사가 진짜 심사라고 보는가?
어느 부장이
어느 임원이
회장님 친손자분더러
아 저ㅅㄲ 근태 안좋다고 진급 누락시키라고
지방 공장으로 보내버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회장님 친손자분이 나이 삼십줄에 떡하니 부장을 달아놓고
'착각들 하는 거 같은데~
나도 다 심사받고 정당하게 진급한거야'
이러고 있으면 듣는 사람의 기분은 어떠하겠는가?
당신의 이름 석자만 가지고도
대통령 아들이라는 걸 업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과연 심사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대통령 아들을 떨어뜨릴 수 있었을까?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나이 사십 줄에 어찌 그리 세상물정을 모를까?
물론 나는 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본 적이 없으니
그의 입장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대통령 자식이라는
그 억울하고 힘들고 곤욕스러운 자리를 가질 불운이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아들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억울함도 답답함도 물론 있을 줄 안다
그런데 그 억울한 거 답답한 거
성질대로 다 따박따박 따질 수 없는 자리가 바로 그 자리 아닌가?
설마 아버지가 출마하면서 가족들한테 그런 얘기도 안 해 주셨나?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얘기 안 해 주시던가?
그냥 해외 많이 다니고 돈 많이 벌고 큰 집 살고
우리나라에서 내가 제일 높으니까 킹왕짱인 자리이기만 하다고 하시던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라니....
백보 천보 양보해서 당신이 다 잘 했고 다 억울하더라도
당신이 지금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상대는
바로 당신 아버지가 섬겨야 할 국민이다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당신 아버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옛말에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다
이번에는 이 속담이 부디 틀렸기를 바란다
당신은 팥이더라도
아버지는 부디 콩이었으면 좋겠다 이말이다
왜냐
당신 아버지가 바로 우리나라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위의 글은 세간에 유행하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대통령 아들이라 무척 분하고 억울한 모양인데
국민들로서는 한번 대통령 아들이라서 억울해 보고 싶은 심정이다
참고로 시골 촌구석에서 구멍가게 하는 내 어머니는
지난 봄엔가 전국민이 받았던 지원금도
'우리는 그래도 살만 한데 이거 미안해서 어떻게 받느냐
우리보다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고 나에게 말씀하셨었다
혹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에게 그런 말을 안해주셨는지 궁금하다
[출처] 착각하고 있는 것은 문준용 씨다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삼호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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