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삼호어묵입니다.
4편까지만 해도 그래도 옆집 아저씨 팔아 가면서
농담 섞어 웃으며 글을 썼는데
오늘은 도저히 그렇게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퇴마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판매량 1천만 권을 훌쩍 넘긴 한국 장르소설의 전설이죠.
국내편 / 세계편 / 혼세편 / 말세편 등
합쳐서 거의 스무 권에 가까운 대작인데요
이 긴 책 내내 반복되는 일관된 주제는 하나입니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
즉 한 명이 죽어서 백 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그 한 명을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는 딱 한 명만 죽이면 70억 전 인류를 살릴 수 있는데도
주인공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하나를 살리려고 자기 목숨을 걸고 애를 쓰죠.
신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도 소수를 희생시킬 권한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전 인류를 위한 한 사람의 희생을 막기는커녕
열 명 중에 네 명이 얻어맞는것도
나머지 여섯 명이 히히덕거리며 좋~다고 보고 있지요
저것들 더 때려달라
아니 아예 때려서 죽여달라
청원까지 해가면서요
왜냐하면
그들이 죽으면 나머지가 그들 몫을 갈라먹을 수 있으니까요
아팠던 내 배가 좀 덜 아파지니까요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해 달라고 청원하는 세력이 있어요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긴다] 라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국가가 임대사업자들을 두들겨 패 주면
그들이 견디다 못해 집을 헐값에 뱉어내고
그걸 싸게 줍줍할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
네 정의와 상식 따위 그냥 다 개나 줬다 칩시다
임대사업자들이 쳐죽여 마땅한 반동분자들이라 치지요
그런데 이분들은 임대사업자만 사라지면
이 미친 집값이 잡힐 것이다
라고 진심으로 믿고 계신 모양입니다
제가 지난 4편에서 말씀드렸죠?
시장은 결코 지지 않는다고
시장이 지는 딱 하나의 경우는 공산당이라고.
마침 김남국 의원이 잘 말해줬어요
[여기가 북한이냐 소리 나올 정도로 다주택자 때려잡아야 한다]
그러니까 본인들도 이게 공산당 짓인 건 잘 알아요 ㅋ
말했잖아요 이 사람들 숨길 생각도 없다고.
근데 제가 또 그 아래에 썼었죠
북한마저도 비싼 아파트는 비싸다고.
[통일전망대]에 따르면
2010년에 1억이었던 아파트가 2016년에 4억이 됐다네요.
6년 만에 네 배가 올랐어요
이런, 공산당이 더 잘하네요 가격올리는 건.
참고로 북한에서 4억이면요
우리나라 돈으로 100억이 넘어가는 아파트입니다
여태까지도 집값이 올랐던 이유는
전적으로 매물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수요는 계속 있고 심지어 늘어나는데
입지 좋은 집 / 새 집은 턱없이 적었어요
그 적은 매물들이 계속 신고가를 찍으며 전체 시세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언론에 계속 나오는 말들을 보세요
[한번이라도 임대 준 집은 양도세 비과세 없음]
[양도세 80프로]
[취득세 20프로]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안들이
한두개도 아니고 물밀듯이 터져나옵니다
정말 생각나는 대로 다 지껄이는 수준입니다
오래 살다 보니 사람도 아니고
정부가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걸 다 보게 됩니다.
뭐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치고
이런 정책들이 실현이 되면
가뜩이나 없었던 매물에서 또 대부분이 잠겨버립니다
수천 가구가 사는 대단지 전체에
매물이 한 개도 없는 기적을 보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이유로
이사가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오조 오억명일 테지요
정말 가족이 의보로도 해결이 안되는 희귀병에라도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집을 팔게 되는 사람이 하나 나오면
그 집은 단순히 값이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부르는 가격에 팔릴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공급을 틀어막은 이상
임대사업자 때려잡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걸 정부가 모르느냐?
아니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제가 1편부터 말했듯이 그분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목적이 집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세금이었으니까요
이 정부는 서민에게만 관심이 있습니다
어차피 10억 20억 하는 아파트는
서민이 죽었다 깨나도 살 수 없으며
서민이 못 사는 아파트들이 20억 40억이 된들 상관이 없습니다
세금 더 걷을 수 있으니까 땡큐죠
이 말을 이미 제가 1편에서 했던 것이고
지금은 좀 더 확신을 담아서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서민은 여러분 기준보다 한참 낮습니다 착각 ㄴㄴ)
한 가지 지난 번 글에 잘못 쓴 부분이 있어서 정정합니다
[이분들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주거형태는 월세다]라고요
사과드립니다
순간적으로 착오가 있었습니다
전세보다 월세 사는 걸 더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분들이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주거형태는 월세도 아닌
바로 '임대' 입니다.
전국민이 자기 집 가지지 않고 모두가 임대주택에 사는 것
이게 이분들이 생각하는 이상향입니다
그러니까 왜 자꾸 공급 얘기하는데 엉뚱하게 임대로 대답하는지 이해가 좀 가실 겁니다
쉽게 말해서
임대성애자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제가 지난 4편의 글로 누누이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 설마 세금 걷으려고 일부러 그랬을까]
끝내 포기를 못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디까지나 의도는 선했다고 믿고 싶어하는 분들
단지 정책이 부작용이 났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물론 이 부작용조차 없다고 우기는 신앙인 여러분도 계십니다
[14프로밖에 안 올랐는데 선동하는 기레기들 때문이다!
[도대체 어느 동네가 두배씩 올랐다는거냐 우리동네는 그대로다!]
설마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 싶죠?
82가보세요 수두룩합니다
제가 자꾸 82 얘기를 하는 이유는
여기가 제일 눈감고 귀막은 신앙인들이 많아서입니다
이거 욕하는거 아닙니다
이분들 이거 부끄러워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거든요
자기들끼리 주기도문 사도신경 외듯 외웁니다
콘크리트 지지!
다이아몬드 지지!
원래 신앙의 세계에서는 믿음이 강한 자가 제일 서열이 높은겁니다
물티슈로 조국님 차 닦을때
제일 빡빡 닦은 사람이 개중에 제일 목소리 클거라는데
자바칩 프라푸치노 벤티사이즈 걸겠습니다ㅋ
이 독실한 신앙의 형제자매님들께서는
아예 나와는 다른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딱히 구제해줄 방법은 없습니다
그냥 평행세계의 다른 대한민국인 거니까요
그 대한민국은
세계인의 주목과 찬사를 한몸에 받는 나라이고
경제 외교 안보 뭐 하나 뒤지는게 없는
뭐 말 그대로 지상락원입니다
음 쓰다보니 어디랑 비슷한거 같네요
하지만 모두가 그 정도의 중증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래도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이라 믿고
제발 좀 한 사람이라도 더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시라고
제가 생업 내팽개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자 이 정도로 정부가 대놓고 말해줬으면
정말로 알아들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이 사람들은 세금이 목적입니다
하나도 세금 둘도 세금 셋도 세금입니다
집값 잡는 것 따위는 아예 안중에 없습니다
제가 프레이밍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눈을 감고 모른 척 하고 있는 겁니다
언제까지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차례도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1편에 말했습니다
[이번에 법인 때렸죠?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요?]
이번엔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 차례네요.
다음은 1주택자 중에 '비싼' 집, 한 9억 이상 가진 놈 차례가 될 겁니다
그 다음은 6억 이상 가진 놈 차례겠죠
또 그 다음엔 누가 될까요?
다시 말하지만 당신의 차례도 반드시 올 겁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아무리 못 가졌어도
반드시 누군가보다는 더 가졌을 테니까요
마지막에 남는 것은
서울역 노숙자 정도가 될 겁니다
그런데 서울역 노숙자는 정말로 피해가 없을까요?
아니요
세금에 눈이 뒤집힌 정부가 주세라고 가만 놔둘 리 없죠
한병에 1800원 했던 소주가 3천원 하게 될 테니
어쩌면 소비하는 거라고는 소주가 전부인 노숙자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가르쳐 드릴게요.
제가 1편에서 말했습니다.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 걷어서 없는 사람들 복지해주는 게 이 정부의 목표다]
사실 올렸던 장소가 82이고 하니까 좀 금칠해서 이쁘게 말씀드렸더니
그걸 또 곧이곧대로 들으시고
[그럼 나는 서민이니까 복지 받겠네 개꿀]
하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다른 나라라면 그렇겠죠
세금 걷어다가 윗분들이 착복할 거 아니면
결국은 뭐 가난한 국민에게 가게 되겠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게는 국민 외에도 돈 들어갈 데가 따로 존재합니다
돈 빨아먹는 블랙홀이죠
[김정은 생사도 모르는데…3조 동해북부선 철도 내년 착공]
[박원순 "식량위기 북한에 6월 중 100만달러 지원"]
[文대통령 "남북 철도·도로 연결시 유라시아 대륙 육로 열릴것]
[2032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 기원]
기사제목 몇 개 걸리는대로 대충 따와봤는데
물론 이것만 있는게 아니라는걸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이거 다 누구 돈으로, 무슨 돈으로 하는 걸까요?
이왕 말한 김에 좀 더 해 보죠
[사람이 먼저다]
왜 국민도 시민도 아니고 '사람'이 먼저일까요?
이 정부는 약자가 먼저, 서민이 먼저라고 제가 처음부터 누누이 말했습니다
누가 세금을 내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인가 아닌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다] 인 겁니다
국민이 먼저라고 하면 국민 외의 사람들은 빠져버리니까요.
이런 사람들이니까 국민이 백날 붙들고
'외국인때문에 의료보험 적자 심각하다 개선해달라'고 호소해도
오히려 말한 사람을 싸패취급하며
'사람이 먼저지 돈이 먼저냐!' 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 정부 기준에서
굶어죽어가는 북한 주민이 먼저일까요
고시원에 살더라도 최소한 쌀밥은 먹는 당신이 먼저일까요?
당신은 반드시 우선 순위에서 밀립니다
취득세 올려 양도세 올려 보유세 올려
가진 자들에게 요모조모 빼앗은 세금은
결코 당신에게 온전히 가지 않습니다
뭐 다 좋습니다
나는 가진놈들한테 빼앗아서 나한테 이익이 안와도 좋다!
그냥 내 배 아픈 것만 좀 나아지면 그만이다!
이런 생각에서 나오는 말이 이겁니다
[종부세 어차피 전국민의 n프로만 내는건데 나랑 무슨 상관?]
아니요 상관이 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원래 내던 사람은 점점 더 많이 내고
안 내던 사람들도 내게 됩니다
몇년만 지나도 서울의 반 이상은 내게 되지요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지출을 줄이게 됩니다.
월급쟁이는 외식을 끊습니다.
자영업자는 필요 최소한도의 인력 이외에는 쓰지 않습니다.
결국 경기가 망하게 되는데 상관이 없을 리가 있을까요?
제가 말했죠
안타깝게도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가에게만 타격을 주는 방법은 없다고요.
어떻게든 못 가진 사람들에게 피해가 더 오게 마련이라고.
지난 6.17로 재건축아파트에 2년 실거주요건 붙었습니다
벌써 세입자들이 많이들 쫓겨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요
은마아파트에 사는 세입자 중에서 재계약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 될까요?
은마가 아니더라도 이미 전셋값은 미친듯이 치솟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는 또 한 번이라도 세를 줬던 집은 양도세 혜택을 안 주겠다네요
이게 실행된다 칩시다
그러면 지방근무라든가 육아라든가 교육이라든가
하여튼 뭔가의 이유로 몇년 다른 지역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집을 어떻게 할까요?
어디서 빚을 끌어서라도 전세 내주지 않고 그냥 비워두고 말겠죠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 그런 장면이 있어요
산더미처럼 쌓인 황금색 오렌지 위에
아무도 주워 먹지 못하도록 휘발유가 뿌려지고
그대로 썩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굶주린 사람들.
딱 그렇게 될 겁니다.
멀쩡한 집을 비워두기 위해서
세입자들은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될 것입니다
아 [빈집 금지법] 내면 된다고요?
세입자 안 들이고 빈집으로 두면 징역보내면 된다?
뭐든 금지로 해결하는 정부가 내놓을 법한 해결법이네요
내집 내가 안 빌려주겠다는데 그걸 금지하면 사유재산 침해지만
윗분들이 사유재산따위 언제 관심이나 있었나요
근데 [빈집 금지법]을 도입한다 치고
주인이 세를 내놔도 안 나가는 집은 어떻게 해주나요?
정부가 세입자 대신 구해주시나요?
아 그건 정부 알 바가 아니라고요?
하긴 뭐 언제는 정부 알 바였겠어요
지금 재건축아파트 2년 실거주요건 붙여놓고
임대사업자들은 못 들어가 살게 해 놨으니 정책이 서로 모순인데
이거 구제도 해결도 안하고 계속 딴소리만 하고 있죠?
그냥 금지 금지 금지 금지
금지만 계속 하면 됐지
금지끼리 충돌해서 누가 피해를 보든
그건 알 바가 아닌거예요
청기들지말고 백기들지말고 청기내리지말고 백기내리지마!
집 가진 놈들 따위
광화문에 일렬로 세워서 고사포로 쏴도 모자란데
피해 구제까지 해 줄 이유가 없는 거예요
여기서 안물안궁한 제 얘기를 잠시 할게요
저는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없이 자랐습니다
중학교 때는 온가족이 콘테이너에 살았고
고등학교 때는 부모님 하시던 가게 단칸방에 살았어요.
단칸방 크기라는게 저희 세 남매 같이 나란히 누우면 꽉 차는 사이즈였어요
부모에게 물려받은 거 없이 여기까지 오느라
제가 여태 어떤 세월을 살았을까요
어린애 키우며 정신없이 일하느라
솔직히 저는 제가 뭘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납니다
지난 글에 이야기했던
두부 코너 앞에서 중국산콩이냐 국산콩이냐 고민하던 아줌마
삼치 못 사고 고등어 사던 그 아줌마
네 바로 접니다
(수원에 갭투하진 않았지만요)
제가 사는 제 집은 단순히 콘크리트 육면체 덩어리가 아닙니다
제 이름 석 자가 적힌 등기권리증은 단순히 종이쪼가리가 아닙니다
이것은 제가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이며
최소한 내 자식만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내가 세상에 와서 이만큼 해냈다는 트로피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 정부 하에서 저는 적폐가 되었고 투기꾼이 되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비싼 집을 가졌고
심지어 비싼 집 외에도 세 주는 집까지 가졌으니
정부가 공식 지정한 '해로운 새' 이고
그러므로 박멸당해 마땅합니다
하지만 죽기 전에 한 마디는 하겠습니다
반드시 당신의 차례도 올 것이라고요.
그리고 이 속도면
그게 결코 먼 훗날은 아닐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하겠습니다
고위공직자들한테 집 안 팔면 승진에 불이익 준다고 협박한다지요?
못 가진 놈 순으로 정의로운 거라면
투표 따위는 뭐하러 합니까 혈세 들여가면서
그냥 담번엔 서울역 노숙자를 데려다가
대통령 시키고 국회의원 시킵시다
아 노숙자는 얼굴이 복지가 아니어서 안되나요?
에이 또 모르잖아요
말쑥하게 씻겨놓으면 사람냄새 날지.....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했지요
이제부터는 진짜로, 정말로 각자도생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 5편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삼호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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